에세이를 위한 노하우 #2 평탄한 인생의 배신
- manager6339
- 6월 18일
- 3분 분량
앞선 포스팅 '말을 위한 말들'을 통해서, 무작정 글부터 작성하려 할때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결과물을 먼저 생각하다보니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데도 우선 글을 쓰기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개인의 취미로 블로그 글을 작성하거나 또는 시간적 여유가 넘쳐날 때는 좋은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꼭 피하도록 해야합니다. 제발 무슨말을 할지, 무슨 글을 전달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먼저 가지도록 해야합니다.
'평탄한 인생'의 배신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자극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겪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글만 쓰려고 하면 자신의 삶이 왜 좀 더 파란만장하지 못했을까? 왜 나의 삶은 사건이나 이벤트가 없었는지, 꼭 사춘기를 겪는 어리숙한 청소년처럼 미성숙한 생각이 자라납니다. 좀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 못했던 나의 평탄한 인생이 오히려 원망스럽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합니다. 글 하나를 쓰려고 하니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는 말은 틀린말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할만한 일들이 없어서 글로 풀어 낼 소재가 마땅치 않아! 좀 더 특별한 삶을 살았더라면 사람들(독자 또는 평가자들)이 더 귀를 기울일텐데..." 사실 심사관은 여러분이 특별한 이벤트를 겪었는지 여부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가보더라도 특별해보이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더라도, 그러한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과 특별함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습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고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본인만의 유니크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능력을 평가하는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입니다.
최고의 명품 브랜드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
VS
구제 시장에서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
하나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처음으로 BB탄 장난감총이 유행을 했습니다. 남자아이들 대부분은 이 BB탄 장난감총에 열광을 하였고, 너나 할것 없이 모두가 이 장난감총을 가지고 노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함께 놀던 친형 역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장난감총을 좋아했기 때문에 함께 놀기 위해서는 같이 총싸움 놀이를 해야했습니다.
이 장난감총이 나오기 전까지는 로보트나 '지아이조'라는 피규어(figure)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흡사 마블에서 나올법한 영웅담 '인형놀이(여기서 인형은 figure를 지칭함)'를 하면서 온갖 상상력을 키웠습니다. 온갖 짬뽕 서사를 쥐어짜내고 주인공 인형이 극복할 장애물과 위기를 적절히 설정해나가면서(여기서 자신의 인형을 더 힘이 쎈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상대방(형)과 '타협하는 법'을 갈고 닦았습니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BB탄 장난감총이 나오면서 형과는 더이상 '피규어 놀이'를 하기 어려워졌고, 총싸움 놀이에 전념해야만 했는데 이때 당시 필자가 느꼈던 감정은 왠지 모를 아쉬움과 찝찝함이 계속 맘속 깊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피규어 놀이'를 할때 느꼈던 만족감이 장난감총 놀이를 할때는 채워지지 않는지 의아해 했습니다. 왜 이러한 '아쉬움'이 마음속 깊은곳에 남아있을까? 왜 해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초딩 이었음에도 소셜 라이징을 하기 위해서는 그 감정을 잠시 미뤄두는게 생존(?)을 위해 택했던 유일한 길이었지 않았을까?

어느날, 장난감총을 가지고 온갖 멋진 포즈를 취하며 정신없이 놀고 있는데, 전신거울에 비친 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의문에 싸였던 아쉬움의 감정이 왜 일어나는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전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제가 상상했던 그 멋진 영웅의 모습이 아닌, 무릎이 툭 튀어나온 '쌍방울 메리야스'를 배 위까지 올려 입고 머리는 삼발에 코흘리개의 볼품없는 초딩의 모습만 남아있었습니다. 그때 받은 충격은 가히 거짓말 조금 보태서 완전히 벌거 벗겨진 나체로 길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된 비참한 느낌이었습니다.
'피규어 장난감'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숨어있던 '자아'를 '총(도구) 장난감'은 제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해주었고, 내가 남들에게 이렇게 보여지겠구나 하고, 이때 처음 자신을 객관화/타자화(=메타인지)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 듯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사소한 경험에서도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관찰하고 고심해서 본인만의 인사이트를 얼마든지 도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겪었던 일련의 경험들 자체가 특별하다고 글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없고, 평이하다고 해서 꼭 나쁜 소재가 되는 법은 없습니다.
때때로 특정학교에서는 '인생에 있어 가장 영감을 주었던 책' 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합니다. 동일한 책을 읽어도 A라는 사람이 느낀 감정이 B라는 사람이 느낀 감정과 동일할 수 없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겪어온 인생과 신념이 다르게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즉 동일한 경험도 사람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해석 되어집니다. 이때에도 마찬가지로 아주 특별하고 어려운 책을 읽어봤다고 이야기 하는게 중요한것이 아니라 남들이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감상평을 넘어차별화된 인사이트를 어떻게 도출 해내는지는 그 인사이트를 얼마나 흥미롭게 해석 하는지가 평가 기준에 반영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그럼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일상속에서의 비범함/특별함은 어떻게 발견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짜파게티 보다 짜장면?'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